전체 게시글
 
중등영어게시판
유아영어게시판 초등영어게시판 중등영어게시판  
 
  제 목 나의 중학교 생활기 2...................전태희
  글쓴이 l 조은씨앗 작성일 l 2020-02-24 오전 11:35:08 조회 l 906 추천 l 0

태희는 학교 생활하면서 느낀 것들을 일기같은 글로 기록해 놓아요.

그런 기록들을 바탕으로 소설도 쓰고 산문도 쓰고 그럽니다.

태희의 글을 보면 학교생활을 대강 알 수 있지요.

학교에 있는 영어원서는 태희만 읽기 때문에 대출기간도 무제한인 전용 도서관이고

선생님들의 사랑도 넘치게 받고 있어요.



학교 2

대철중학교 2학년 전태희

 

나는 우리 학교가 좋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한적한 농촌마을에 자리 잡았고 아담한 성당도 있다. 전교생이 서로 얼굴과 이름을 거의 알고 선생님들과도 가족 같은 분위기다. 방과 후에 다양한 특별활동을 할 수 있고 도서관에 재미난 책도 많고 교실에 둘러 앉아 치킨을 먹는 날도 있다. 더운 여름날 스쿨버스 기사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기도 한다.

 

E.F.슈마허의 말처럼 모든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과적이며, 편하고 즐겁고 영원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의 등교시간마다 교문에서 만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학생회의 한 부서인 그들을 우리는 바른생활부라고 쓰고 선도부라고 읽는다. 선도부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단속하고 정해진 규범에 맞지 않으면 적발한다. 그리고 아마도 선도부 담당 선생님께 고하게 되면 어떤 절차를 거쳐 벌점이 매겨질 것이다.

선도부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 황국신민화의 수단으로 학교에서 완장을 찬 학생이 다른 학생을 감시하고 고발하게 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우정을 나누어야 할 학생들끼리 감시하고 적발하고 경계하고 고발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린영혼이 파괴되어 갔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수십 년이 흘렀다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너무나 많다.

설사 그것이 일제의 잔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생이 학생을 적발하고 단속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위임받아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적발해야 하는 선도부의 입장은 어떠할까. 단속하는 자나 단속을 당하는 자나 똑같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기고 체벌이 금지 되면서 많은 학교들이 선도부를 폐지했다. 근래에 서울과 수도권의 교육청에서는 두발자유화를 결정했고 그것은 지방의 교육청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뉴스만 검색해 봐도 학교의 작은 권력 집단이 되어 비리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은 선도부가 폐지권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립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부’,‘바른생활부등으로 이름만 바뀌어 편법으로 운영된다는 기사가 뜬다.

만약 선생님들이 학교 교문에서 화장도 하지 않고 출근하다니 예의가 없으시군요.’, ‘아침부터 이렇게 담배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면 어떡합니까.’,‘향수냄새가 지나칩니다. 시정하세요.’ 등의 지적을 받는다면 하루 종일 좋지 않은 기분으로 수업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머리가 짧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나를 남자아이로 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등교한 날 교문에서 선도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고 점심시간에 선도부 선배가 와서 내 머리를 들추며 규정에 어긋난다고 했다. 나는 그때 점심을 먹고 있었다. 친구들과 떠들며 편하게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도 선도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몹시 불쾌했고 규정을 어기면 내신점수가 깎일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선배 선도부들은 동급생들에겐 봐주거나 쉽게 넘어가지만 나 같은 1학년에겐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갔다가 웃옷을 놓고 왔던 우리 반 친구는 복장 규정 때문에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스스로 자기검열 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규정을 모두 없앤다고 해서 요란하게 염색이나 문신을 하고 무대 화장을 하거나 이상하게 교복을 고쳐 입고 온 몸에 피어싱을 하고 올 친구들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학교에는 그럴 친구들이 없다. 우리는 과도한 선행학습과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 성적 제일주의 나라에서 무엇에 대해 비판하거나 거부할 지혜와 용기를 배우지 못했다.

체벌이 없어진 학교에는 대신 상벌점제가 있다. 학교에 들어설 때부터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우리가 하는 크고 작은 모든 행동은 다 점수화, 계량화되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오히려 체벌보다 더 강력하게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누구는 점수를 받기위해 지도력이나 책임감이 전혀 없으면서도 반장이나 학생회장에 출마한다. 누구는 상을 받기위해 밤을 꼬박 새워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양의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기를 반복한다. 웃옷이 없어서 점심을 굶을 걱정을 하거나 웃옷위에 입을 수 있는 커다란 점퍼를 새로 구입해야 하기도 한다. 공개된 원칙과 절차도 없이 학생회의 부장 차장이 정해진다. 상벌점의 기준은 종종 모호하고 부당할 때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어디나 규범이 있다. 친구사이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듯이 어느 조직, 모임이나 그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들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침해당하거나 침해하지 않고 평등하고 편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기위해 약속한 것이어야 한다.

학교는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학교에 규범이 필요하다면 그 규범을 정하기 위해 공감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 학교의 주체인 학생은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작은 학교가 아름다운 이유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종과 순종의 사회화를 교육의 목표로 삼았던 20세기는 지나갔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는 21세기 학생들이다. 겨우 여학생의 교복 치마 길이가 학교의 전통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했다거나 어느 학교도 하지 않는 봉사를 꾸준히 한다거나 기발한 축제 문화를 만들어서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거나 하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면 나는 이 작고 아름다운 학교가 훨씬 사랑스러울 것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100명 남짓이다. 만약 아침 등교 시간에 선도부 대신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100번만 하면 된다. 하교시간에 오늘도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 준다면 100번만 토닥여 주면 된다. 인권이 존중받는 기쁨을 느끼며 어긋날 아이들은 없다.

 

 
댓글 [8]
로그인후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루루 2020-03-16 오후 5:58:14 
  거침없는 태희 주장이 매력적입니다! ^^..
예전에 읽고 댓글을 단 것 같은데...그게 아니었네요^^;
힘 꽉 준 글말들이 강직한 태희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생산적인 즐거움과 재미 찾아가는
멋진 태희이길 바랍니다. 파이팅~ 태희!
지율맘 2020-03-09 오후 3:11:43 
  와~~~ 태희의 바램이 이루어졌네요.
학교를 변화시키고,,,,
태희의 바램대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도 이렇게 하나 하나
바뀌어 갈거라 믿어봅니다.

역시나 태희의 글솜씨에 놀라게 되네요.
정말 나 중딩때 무슨 생각하며 보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태희가 어른 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태희야....
태희의 바램대로 등교시간엔 따뜻하게 안아주고
하교시간엔 토닥 토닥 토닥임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는 걸 알게 되었음 좋겠어.

내가 지금 태희 옆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구나...
넘 기특하고 예뻐~ 태희야...^^
papa 2020-03-06 오전 12:25:26 
  태희글을 읽으면서, 난 이나이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지네요. ㅠ
구시대의 틀속에 요즘 아이들을 붙잡고 있으면서,
창의적,독창적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니 아읻들이 봤을때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겠지요.

어쩜 이리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펼치는지
태희가 너무 부럽네요.

멋진 태희 늘 응원해요~~^^
핑크또치 2020-03-05 오후 10:15:59 
  그 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이 그 글이었네요^^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산 저로서는
태희의 용기가 대단하게만 느껴지네요.
용기 있는 태희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더 살만하게 만들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조은씨앗 2020-02-25 오후 9:32:08 
  이 글은 역시 충남학생문학제에 출품되었고
교장선생님께도 전달되어 학교 선도부가 폐지되었답니다^^
운영자 2020-02-26 오전 10:50:26 
  진심어린 글이 선도부를 없앴군요.
예전에 들은적 있어요.
이 글의 효과네요.
태희가 꿈꾸는 세상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전경린 2020-02-25 오후 9:02:27 
  태희의 학교생활이 잠시 그려지네요.
신입생이 느꼈을때의 학교와 선배.
이제 중3으로 최고의 학년으로 학교생활을 하게 되겠네요.
누구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학교에서의 하루를
태희는 여러생각으로 채워나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민교 교복바지를 맞출까..말까..고민하면서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생각을 했어요.
꿈꾸는영어 2020-02-25 오후 12:34:33 
  원서는 태희가 차지했군요
태희야 멋지다.
인용문이 뛰어나고 딱 맞는 상황입니다.
100명 안아주기가 토닥여 주기가 어렵지 않을듯 한데
무엇을 위해 규칙이 있고 공부하고 독서를 하고 있는지 우린 그 근본부터 생각해야 할듯 합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결과만을 바라다보니 부작용이 많아요

인권이 존중받는 기쁨을 느끼며 어긋날 아이들이 없다라는 말
기억하며 우리 자녀 주위에 아이들에게 적용해야 할듯 합니다.
태희야 감동적인 글 고마워^^
 
소개 l 이용약관 l 개인정보취급방침